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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데 방학기간에 어떤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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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3학년 학생이 1학기 종강 후 저에게 아래와 같은 문의를 하였습니다. 겸사 겸사 답변을 쓰다보니 길어져서 글로 정리해봤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2~3학년 학생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조언 좀 얻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제가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데 방학 기간에 어떤 걸 할지 확신이 안서서요. 교수님께서는 어떠셨나요?”

많은 사회생활과 마찬가지로 대학원 진학도 변수가 많습니다. 여러 변수들을 시뮬레이션에서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다라고 선뜻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지금 이 시기에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한다면 나중에 도움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봅니다. 필수양분 9가지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원론적으로는 필수양분 9가지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 하나 없고, 두루두루 다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문의에 대한 제 답변을 드리자면 – 결코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니니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본인이 취사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저는 3학년 1학기 여름 방학 때 영어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학원 진학에 요구되는 다른 능력들은 학부 수업을 통해서 갖추거나, 나중에 대학원 혹은 사회생활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영어는 일단 우리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능력으로, 지금 아니면 나중에 영어 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나중에 중요한 고비고비에 영어가 여러분들의 삶에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최소양분율의 법칙에서 최소양분(제한인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영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꼭 대학원이 아니더라도, 두루두루 쓰일 수 있는 것이 영어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을 돌아봤을 때 대학원 생활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해당 학문의 기본적 소양
    우리학과 커리큘럽을 충실히 학습한다면, 산림과학 분야는 충실히 소양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산림기사나 다른 산림분야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지요.
  2. 사고능력, 글쓰기, 발표 능력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자료를 해석해서, 논문을 쓰거나 발표를 하는 것이 대학원생의 일입니다. 이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능력 힟 사고능력이 요구됩니다. 쉽게 말하면 보통 창의력, 혹은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글쓰거나 발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부수업 레포트와 발표를 통해 이러한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3. 영어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학원 입학 요건 혹은 졸업 요건에 영어 점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학원 수업의 많은 경우 원서나 영어 논문을 다루며, 경우에 따라서는 영어강의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사과정의 경우 영어로 논문을 쓸 줄 알아야 하며 (저는 지금까지 제가 쓴 모든 학술논문은 영어로 썼습니다) 또한 국제교류의 차원에서 국외 학회에 가서 발표하거나, 국외 연구자와 교류를 할 수도 있습니다.
  4. 사회경험, 업무 수행 능력, 좋은 인간관계, 인성
    결국 대학원도 연구도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연구업무와 생활에 있어서 지도교수와 지도학생, 그리고 연구실 내 선후배동기 관계 등이 원만해야 합니다. 지도교수가 시키는 일을 빠릿하게 해내는 일머리와 업무 수행 능력도 필요하구요. 어려운 일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끈기, 불화를 일으키지 않은 인성 등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은 사회생활 및 인간관계 경험이 있을 수록 좋아지는 성격의 것일 겁니다. 어쩌면 연애를 통해서도 배우는 능력일 수 있습니다.
  5. 통계 지식, 컴퓨터 활용능력(엑셀), 코딩
    좀 더 세부적인 기술로 들어간다면, 100%는 아니어도 70% 이상의 연구에서 코딩을 통한 통계 분석 및 자료 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4차산업혁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발전하는 추세, 코딩 능력은 연구자의 가치를 한 단계더 높여줍니다. 사실 우리학과에서는 현재 통계와 관련된 수업이 개설되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학부과정에 통계과목을 3개 들었습니다(생물통계학, 실험설계및분석, 사회통계). 타학과 전공이나 교양 수업을 통해서 통계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지식을 쌓는 것을 권장합니다. 만약에 연구가 아니라 실무 수준의 진로를 생각한다면 코딩이나 통계지식까지는 필요 없어도 엑셀이나 PPT, 영상제작과 같은 컴퓨터 활용능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6. 조사, 실험 경험
    보통 많은 분들은 학부 때 연구실 생활을 해보거나 조사를 따라다녀보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학부 때 조사, 실험 경험이 없어도 어차피 대학원 가면 웬만하면 많이 하게 될테니까 조사 및 실험 경험은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조사 및 실험 경험을 쌓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관련 경험이 풍부하면 본인의 경쟁력 측면에서 더 좋지요. 다만, 조사 실험 경험 만큼이나 다른 것도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현장 조사가 많은 연구를 할 경우 운전 능력은 필요하겠지요.

정리하자면 위에 기술한 능력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3학년 여름방학 때 집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은 영어라고 보여집니다.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철학, 인문학, 사회과학 책을 읽을 수는 있으며, 인간관계 능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사고 능력이나 인간관계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들은 기간에 향상되기 보다는 꾸준히 시간을 가지고 향상되는 능력들입니다. 반면, 영어는 방학 기간 동안에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전공지식이나 통계, 코딩, 등은 학교 전공 및 교양과목을 통해 학습할 수 있구요. 반면, 영어는 학교 정규과목으로으로 향상시키기 어렵습니다. 대신 다른 외부 학원이나 인강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듯 영어는 여름방학 때 학교 바깥이나 학내 특강을 통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기에 좋은 능력입니다.

영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부하는지 추가로 물어보신다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토익이나 토플 같은 문제풀이식 학습이든, 회화위주의 학습이든, 어학연수든, 다른 방법이든 어떤 방식으로라도 영어를 공부하면 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를 추천하지만, 그것이 꼭 정답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살면서 도움 안되는 경험은 없습니다. 그 시간을 치열하게만 보내고, 그것을 자신의 자산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면 도움 안되는 경험은 없습니다. 또한, 대학원 진학에 요구되는 능력의 수준까지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권장합니다.

치열한 3학년 여름방학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윤태경

20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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