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중국 사막화 관련 현지 조사 및 연구를 수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숲과 문화>에 기고한 글입니다.
윤태경. 2011. 중국의 사막화: 토지이용과 지역 주민의 삶. 숲과 문화 20(50): 17–21 https://www.earticle.net/Article/A159699
지난 10월, UN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인 UN 사막화방지협약 총회(UNCCD: 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on)가 경남 창원에서 개최되었다. 사막화는 인간 활동과 기후 변화에 의하여 건조, 반건조, 건조 반습윤 지역에서 일어나는 토지와 식생의 황폐화 및 토양 유실을 의미한다. 전세계 인구의 33.8%가 전지구 육지면적의 40%를 차지하는 건조지역에 살아가며 이러한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대표적으로 중국과 몽골에서 사막화가 발생되고 있는데, 중국의 경우 전 국토의 27.5%인 2,640,000km2가 사막화 지역으로 분류되며 매년 2,460km2에서 새롭게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막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국제 기구, 국가, 시민 단체, 기업, 지역 주민 등 여러 층위에서의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0월 사막화방지협약 총회가 경남 창원에서 개체되는 등 국내의 사막화 방지와 관련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적으로 사막화 지역에 포함되지는 않으나, 매년 봄철에 중국 북서부 지역으로부터 불어오는 황사로 인한 많은 사회 경제적 피해를 받고 있어 황사방지의 측면에서 동북아시아 지역 사막화 및 사막화 방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막화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사막화의 진행 상황, 성격, 방지 노력 등은 각각의 지역이 놓여있는 자연 환경 및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전세계의 사막화 현상을 모두 다루기보다는,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국 서북부 지역, 특히 내몽고 지역을 중심으로 사막화 현상의 원인과 방지 노력, 그리고 사막화 현상과 지역 주민의 수자원 이용 및 토지 이용 형태와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 사막화 현상의 원인 및 방지 노력
중국 사막화 현상의 원인
중국 사막화 현상의 원인은 크게 자연적 원인과 인위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자연적 원인은 지난 수 천 년 동안 기후 변화의 경향을 따라 사막화와 식생 회복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된 현상으로 접근한다. 사막화는 기온, 강풍의 빈도, 봄철 강수, 가뭄 등 기후의 영향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춥고 건조한 기간 동안 사막화가 진행되었고 반대로 따뜻하고 습윤한 기후에는 초지가 확장되는 경향을 가진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중국의 사막화 지역 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이 기간 동안 기온 상승과 봄철 강수의 증가, 모래 이동의 저하와 같은 기후현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있다.
이처럼 자연적 현상으로 중국의 사막화를 볼 수 있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토지 이용 변화 및 수자원 고갈을 사막화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북서부 지역 건조지대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인간 활동이 무분별해짐에 따라 사막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중국 학자들에 따르면 사막화를 유발한 인간활동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1) 과도한 방목 30.1%, 2) 불법 벌목 및 연료목 획득 30.7%, 3) 부적절한 농지개간 및 약초채취 26.9% 등으로 구분되며, 그 밖에 부적절한 수자원 이용이 9.6% 인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특히 70-80년대 이후 중국 사회가 자본주의화, 시장화 됨에 따라 목축민들과 농민들이 생존권 및 수익을 위하여 초지와 사지를 과도하게 개발하면서 사막화 현상은 극심해졌다. 과도한 방목으로 초지는 황폐해지고, 관개시설에 의존한 농경으로 수자원은 고갈되어갔다.
중국 사막화 방지 노력
중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사막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사막화 방지를 위해 여러 정책, 사업,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적인 수준에서 1996년 UN 사막화방지협약에 가입하고 전문적인 정부부서를 통해 3단계(1단계: 1996-2000, 2단계: 2001-2010, 3단계: 2010-2050)의 사막화 방지 국가행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2년 <사막화방지및퇴치에관한법률(防沙治沙法)>을 제정하였다. <퇴경환림환초(退耕還林還草)>, <생태이민 사업>과 같이 기존의 농경지 중에서 경사가 급하고 사막화가 심각한 곳의 농사를 중지하고, 생태환경이 취약한 초지에서의 방목을 금지하고, 퇴경지에 조림을 하는 등의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국가 연구소를 통해 사막화와 황사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 사업
특히 사막화를 방지하고 황폐화된 토지를 복원하기 위하여 수목, 초본을 식재하거나 사구를 고정하는 여러 사업들이 민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삼북방호림(三北防護林) 건설사업>은 동북, 화북 및 서북 지역 13개 성과 자치구를 포괄하는 총 국토면적의 42%에 달하는 지역에 방풍림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북방지역의 사막화를 방지하고, 황사를 저감하는 것을 목적으로, 1978년부터 2050년까지 356,000km2, 즉 남한 국토의 3.5배에 해당하는 면적의 사막 및 건조지에 조림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삼북방호림 건설사업>의 성공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식재된 수목의 생존률이 15%에 그칠 정도로 활착률과 생존률이 낮고, 생장이 제한적인 문제점이 있다. 또한 단순림 형태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병충해 및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 있다. 방풍림 건설의 효과와 관련하여, 국지적으로는 방풍림을 건설함으로써 풍해를 막을 수 있지만, 넓은 공간적 범위에서 황사 및 사막화 방지에 대한 효과가 미미하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사막과 같이 강수량이 극도로 적어서 수목이 생장하기에 적절하지 않는 생태계에 수목을 식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보통 지하수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사구나 초지에 수목을 식재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수자원을 고갈시켜 사막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래 사구에 식재한 나무가 바람의 흐름을 막아 와류가 형성되어 표층의 모래가 유실되는데 그 결과 수목의 뿌리가 지속적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에는 초본류나 이끼류를 심어 사구를 고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중국 내몽고 지역 수자원 및 토지 이용의 형태
연구차 사막화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몇 차례 등구(磴口), 포두(包头) 등의 중국 내몽고 자치구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황무지 같은 토양 위에 흙먼지가 날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도로를 따라 가로수가 조성되어 있고 농경지에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전 지식 없이 사막을 기대하고 처음 내몽고 지역에 온 사람들은 기대와 다른 모습에 여기가 사막이 맞는지를 물어본다. 물론 도시에서 벗어나 조금만 이동을 하면 사막도 있고, 과거 몽고인들의 터전인 초원도 있다. 그렇지만 이곳도 여느 동네처럼 많은 사람들이 도시나 마을을 중심으로 농사를 짓고 직장에 출퇴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지역에 농사를 짓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황하강의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국 서북부의 건조지역, 특히 내몽고 자치구지역의 중심에는 황하강이 흐른다. 50년대 이후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개방개혁정책 등 경제 발전과정에서 건조지역 개발을 위해 수로 굴착, 저수지 건설, 관정설치, 빙설 녹이기, 염해지 개량 등 다양한 규모의 수리 사업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공(三盛公) 수리중추공사는 내몽고 자치구 바양노르(巴彦淖爾)시 인근의 황하강 본류에 댐과 길이 200km의 수로를 구축한 사업으로 1959년에 완공되었다. 이 수로를 통해 황하강 본류에서 최대 50km 떨어진 곳까지 물을 끌어와 농경지와 목초지에 관개를 하는데 그 관개면적은 4,330km2로 경기도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면적이다.
삼성공 수리중추공사와 같은 관개시설 확충을 통해 과거 초원이었던 곳을 농경지로 개간할 수 있었다. 이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이 100-200mm로 농경이 불가능한 자연조건임에도 농업이 가능한 것은 황하강 본류의 물을 끌어들여왔거나 지하수 자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경관은 대체로 거미줄과도 같이 발달한 수로를 중심으로 농경지가 구획되어 있으며, 그 수로를 따라 농작물의 풍해를 막기 위한 신강포플러, 백양나무 등의 방풍림이 조성되어있다. 수목이 자라기엔 적합하지 않은 자연환경이지만, 수로를 통해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어 높이 20-30m 까지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관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은 농사를 짓거나 산업에 종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은 황하강 수자원 이용 및 토지 이용 형태에 의존한다. 심지어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방풍림 조성 등의 조림 사업들도 수자원 이용과 관련되어있다. 그렇지만 지역주민들의 삶의 방식은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수자원을 고갈시켜 사막화를 촉진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수자원이 풍족하지 못한 곳에서 과도하게 수자원을 사용할 경우 수자원이 고갈되고, 토양의 염류화 현상이 심각해져 사막화를 촉진시키게 된다. 건조한 상류지역에서 과도하게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토지의 2차 알칼리화가 일어나고 하류지역의 수량이 줄어들거나 강물이 끊기기도 한다. 이 경우 하류지역의 주민들은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를 개발하면서 수자원 고갈을 촉진하게 된다.
사막화, 지역주민의 삶, 그리고 중국 정부 정책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국의 사막화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전북대 이강원 교수 저서 <사막중국>에는 ‘사회-생태적 내선순환’(social-ecological involution)이라는 용어가 제안되어있다. 중국의 건조지역은 저발전의 경제구조 및 낙후된 생산방식 속에서 개방 및 시장화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농민들과 목축민들의 생존권 및 수익을 위하여 과도한 개발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과도한 개발은 초지를 감소시키고, 수자원을 고갈시키는 등 사막화를 확산시켰으며, 이는 다시 지역주민들을 저발전으로 몰아넣었다.
따라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 하루 아침에 내몽고 건조지역에 사는 수많은 이들의 삶의 방식을, 수자원 이용 및 토지 이용 형태를 바꿀 수는 없다.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잡한 그물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다양한 층위에서 여러 접근 방식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의 삶에 대한 존중과 존경 속에서 토지 황폐화를 막고 사막화 방지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1.10.